일반적으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를 처벌해야 정의라고 생각할텐데,
아쉽게도 저는 가해자입니다.
(그런 이유로 이름을 공개하지 못하는 점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만 메일주소는 100%사실입니다.)
저는 1990년생으로
대학 졸업 후 4년만에 첫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필기시험도 통과하고 면접에서 최종합격도 했고,
아직까지는 기록된 전과가 없어 임용에는 아무문제 없지만,
지난 과거에 잘못한 일들이 많아,
언젠가 피해자와 잘못 마주쳐 직장에서 파면/해임을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는데
아래의 사연을 읽어봐 주시길 바랍니다.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사건당시는 아마도 2008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 저는 고3이었고, 성범죄의 심각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리고 초범이면 그냥 봐주겠지하는 생각에 학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한 여성의 가슴을 만지고 도망가는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당시 피해자도 고3정도 돼 보였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곳은 제가 학원 끝나고 집에 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고,
그러다보니 저는 집에 가는 길에 그 여학생과 두세번정도 마주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저는 그 여학생으로부터 도망을 갔습니다.)
일단
처음 본건 사건 당일이고,
나머지는 학원끝나고 집에가는 길에서 본 거 였는데,
여기서 가장 불안한 점은
혹시 그 사이에 피해자가 제 목소리를 녹음하지는 않았을지,
혹시 그 사이에 피해자가 제 모습을 사진으로 찍지 않았을지,
아니면 혹시 그 여학생이 경찰서를 통해
제 모습이 녹화된 CCTV영상을 따로 보관요청을 했던 건 아닐지 걱정이됩니다.
다만 조금이나마 안심하는 건
피해자가 저를 고소할 생각은 없어보였습니다.
그냥 지금 나이가 몇살이냐느니,
혹시 너희 어머님과 전화할 수 있겠냐느니 등의 질문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그 질문에 대답없이 가만히 있으면
여기 변태다. 라고 주변에 소리를 지르곤 했습니다.
(굳이 말씀드리자면 경찰서에 넘길 의도나 신고할 의도는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그곳은 오르막길에, 차도는 8차선정도 되고
오르막길을 기준으로 좌측은 산이고 우측은 울타리가 있어 건너갈 수 없는 구립공원이나 아파트 단지들 입니다.
(거기서 조금 더 가면 CCTV가 있고, 조금 더 가면 대학병원, 지하철역, 백화점 등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집에 갈 때마다 지하철을 이용하고,
지하철 역에도 역시 CCTV가 있습니다.
즉슨, 만약 사건당시 피해자가 경찰서에 신고를 했다면, 경찰들이 저희 집에 왔어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런 전과없이 이렇게 살아온 걸 보니, 아직 경찰서에 신고는 안한 것 같군요.)
다만 그당시 피해자가 저희 어머니께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려고 그랬던 건 아닐지......
아무튼
행위시법 기준으로 따지고 보면 그 당시 강제추행은 친고죄였고
만약 아직도 피해자에게 그 날 사건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인 증거물이 있었음에도
(옷에 묻은 지문 or 제가 피해자 가슴을 만지고 도망치는 영상이 찍혀있는 CCTV기록물 or 제 목소리가 녹음된 녹음파일 등)
사건 당일로부터 8년씩이나 지난 지금 이 시점까지 신고 및 고소를 하지 않았더라면,
저는 무혐의가 될 수 있는게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하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어느날 저와 피해자가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쳤고,
피해자 입에서,
너 8년 전 그놈이지?라는 식의 말이 나오면서 저를 경찰서에 데려갔는데,
경찰이 피해자의 손을 들어준다면......
or
사건 당일, 피해자는 경찰서에 CCTV영상 영구보관을 요청하였고,
8년 후인 지금 이 시점에 저를 잡아다 경찰서에 데려간다면......
저는 결국 직장을 잃게 되는 건가요?
or
피해자가 공소시효 기간인 10년안에 자기 손으로 직접 범인을 잡을 작정으로
경찰서에 강제추행사실을 신고만 해놓고, 경찰들에게는 수사 중단을 요청했더라면......
지금 마음이 복잡해서 글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만
저의 신상정보는 아래와 같습니다.
1990년 생 (현재 27세)
범행 당시 19세
직업 :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대충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범행동기 : 피해자분께는 죄송한 얘기겠지만,
고3으로서 장난으로 한 번 해보고 싶었습니다. (설마 이게 이렇게 심각한 범죄일 줄은 예상도 못했습니다.)
기타 : 시각장애 6급이며, 부모님은 평범한 직장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어머니 사무실과 지금 사는 아파트는 월세를 내고 있습니다.
ps) 행위시법 기준으로 친고죄이니,
만약 피해자가 저를 잡아 경찰서에 데려가도 고소 취하 및 합의를 할 수 있을지....
(죄형법정주의가 적용되는지 궁금하군요.)
처음 구한 직장을 잃기 싫다는 이기심도 있지만 정말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신상정보공개처분으로 인해 부모님 곁을 떠나기도 싫고....
그냥 지금처럼 가족들과 소박한 삶이라도 살 수만 있다면......
허술한 글이었습니다만 소중한 답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