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1살이 된 대학생입니다.
가해자와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으로 만나게 되었고, 차를 타고 주변을 돌아다니기로 하고 만났습니다. 하지만 가해자는 차를 주차하고 제가 싫다고 했는데도 이상한 요구를 1시간반~2시간 동안 했습니다. 하기 싫다고 저항했는데도 상체를 잡고 눕힌 후 저항하는 양손을 꽉 잡아 넘기고 강제키스를 했습니다. 가해자는 제가 남자 경험이 하나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고, 저는 너무 당황해서 이게 추행인지도 구별도 못하고 저항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몸도 말도 의식도 너무 느려지고 몽롱해졌습니다. 가해자는 그대로 제 합의없이 몸을 만지고 빠는 등의 추행을 하고 나중에는 자기 성기로 뭘 한번 해달라고까지 요구했습니다.
*추행: 강제 키스, 가슴을 만지고 빤 것, 윗 속옷을 벗기려고 한 것, 성기를 만지려고 아래 속옷 안에 손을 넣다가 생리대와 성기의 털이 닿고 제가 힘겹게 저항하자 다른 곳을 만지면서 성적인 질문을 한 것. 몸도 말도 못 가누는 상황에서 자기 성기를 보인채 등을 누르고 뭘 한번만 해달라고 요구함
*이상한 요구: 차문이 잠기고 시동이 꺼진 채로 "시력이 나쁘다는 것을 알고 안경을 벗어봐라", "가방에 호신용품이 있는게 아니냐면서 가방 검사하자", "폰보자며 강제로 뺏어갔다가 다시 줌", "얼굴을 보고 얘기하자며 얼굴을 점점 들이댐". 이런 요구 외에도 우산을 들고 있는 걸 보면서 "우산으로 자기를 때릴거냐"고 계속 우산을 의식함.
다행히 중간에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성폭행까지 간 것은 아니라서 옷이나 피부에 아무런 증거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저를 다시 찾아다니는 가해자로부터 몸을 피하고, 가해자를 찾아낼 정보를 구해야하며, 추행 증거를 찾아야한다는 생각으로 어쩔 수 없이 가해자와 카톡 유도대화를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저는 가해자가 무슨 행위를 했는지를 인정하는 말 한마디가 필요했는데, 가해자가 자꾸 보자고 하고 말을 돌리자 너무 조급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아무 증거도 남기지 못한다는 생각에 일부러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제가 노골적으로 얘기했습니다. 또한 가해자가 제 이름, 학교, 학과, 학번, 나이를 비롯한 개인정보를 모두 알고 있는 상황에서 신고하려고 하는 것을 눈치채게 하면 보복할 것이라는 불안이 계속 들었습니다. 솔직하게 정말 싫고 끔찍했다고 말하더라도 가해자가 자기가 언제 저를 강제로 만졌냐고 부인하면 더이상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거짓으로 말하기로 했습니다.
대화 첫마디에서부터 저는 데이터가 20~23살까지 무제한인데 데이터가 없다며 가해자의 번호를 물어보고, 집주소를 알아내려고 했습니다. 가해자의 의심을 사지 않도록 마음과 정반대로 좋았다고까지 하면서 어떤 행위가 있었는지 제가 직접, 노골적으로 얘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사건이 일어난지 1시간 동안의 가해자와의 대화, 차 번호, 얼굴, 휴대폰번호를 캡처해서 112로 신고를 했습니다. 당일 여자 수사관님께 진술을 하면서 가해자가 의심을 하지 않도록 하려다보니 마음과 정반대로 좋았다고까지 얘기하면서 대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가해자의 진술서를 보면 저를 만졌고, 키스했고 등은 인정하지만 강제추행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증거자료로 제가 좋았다고까지 거짓말하면서 한 카톡대화를 제출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를 따오면서 "사회통념성"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 증거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가해자가 말을 자꾸 돌려서 그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정말 좋았다면 그냥 만나면 될 걸 자꾸 만나자는 가해자를 돌려보내고, 대화 첫마디부터 데이터가 없다고 번호를 알아낼 이유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가해자가 직접적으로 좋았니? 어땠니? 너도 하고 싶니? 라고 물어봤을 때 좋았다고 답하지도 않았습니다.
가해자가 1시간 반 동안 저에게 안경 벗기, 호신용품이 있는지 가방검사, 폰 검사 등을 요구한 것에 대해선 대답이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가해자가 강제키스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 인정했으니 그냥 넘어가진 않을 거라고 제 수사를 맡으신 여자 수사관님께서 말씀해주셨는데, 최종 사건을 담당하신 남자 수사관님이 불기소(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하셨습니다. 저랑 가해자의 진술이 다르고 객관적인 증거가 불충분하며, 제가 증거를 남기기 위해 카톡을 했다고 하지만 사회통념상 강제추행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요...
지금까지 혼자서 경찰 수사를 받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최대한 자세히 8장을 채워서 제출하기도 했는데... 추행을 당했다는 흔적도 없고, 가해자의 의심을 사지 않아야된다는 불안이 너무 커서 잘못 준비한 카톡대화 증거로 오히려 이런 상황이 되어서 너무 답답하고 괴롭습니다... 부모님께는 상처를 드리고 싶지 않아서 혼자서 해왔는데, 변호사 선임 비용을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글을 올립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